우선 나의 일기라고 생각하고 이 글을 적는다.
나의 일기를 보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부디 좋은 판단을 하길 바라며...
앞으로 적을 글들은 2017년 부터 현재(2020년 말) 까지, 약 4년간의 기록이다.
2017/01 ~ 2017/04
나는 2017년에 대학교를 졸업했다.(지방 국립 컴공 3.2 정보처리기사),
요즘 보통은 3학년때부터 취업을 준비한다.
근데 나도 주변 친구들도 졸업할때까지도 취직은 그냥 되는것이라고 생각했고,
걱정이 하나도 없었다.
준비라곤 정보처리기사 1개뿐이었다.
졸업을 앞두고, 집에서 노는것도 지쳐가고 슬슬 일자리를 알아봐야겠다는 불안감에
사람인에서 이곳 저곳 자소서를 즉시지원으로 찔러보았다.
그중 한군데서 연락이 왔고, 집과의 거리도 멀지 않아 면접을 보러 갔다.
결과는 너무 쉽게 합격을 했고, 어떤 분야의 회사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입사하는 거라 걱정도 많이 되었다.
(매출 60억, 사원수 30명, 사세확장중이라고함)
그러나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고,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었다.
또한 동기들보다 빠르게 취직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은
면접관으로 내가 어릴 적에 다녔던 성당에서 교리 선생님을 하시던 분이 들어오셨다.
면접 후, 그분과도 친하고 나하고도 친한 한 형님에게 건너서 연락이 닿아 물어본 결과 괜찮은 회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그분 직급은 차장이었다.)
그리고 2017년 1월 2일부로 입사했다.
공고엔 S/W 개발자라고만 적혀있었고, 학부시절 바보처럼 취준을 해보지 않았던 나로써는
S/W 개발에도 정말 여러가지 분야가 있다는 것을 몰랐다.
그냥 개발자로 일할 수 있다. 월급 200만원 넘게 준다. 사세 확장해서 나중에 엄청 커질거다.
복지도 좋고 다닐만 하다. 내일채움공제도 해줘서 1600만원 금방 모은다. 대기업 1차벤더이다. 라는 말에 넘어간것 뿐이었다.
이후 해당 업체를 3개월간 다녀본 결과,
공장 자동화(Factory Automation) 라는 분야의 업체였고,
디스플레이/반도체 자동화 공정에서 기구와 H/W가 먼저 셋업되고, PLC까지 완료되면
이후 PC를 설치하여 PLC와 연동시켜 MFC로 기계를 제어하는 업무였다.
이 말인 즉슨, 구미, 파주 등(심하면 중국 베트남,.,)의 디스플레이 자동화 공정에 - (장거리출장)
"방진복" 을 입고, 마스크, 장갑, 헬멧까지 쓰고, 노트북 가방을 들고, - (근무환경)
24시간 가동되는 공장에서 쪽잠을 자며 교대근무를 해야한다는 소리였다. - (주야교대)
게다가 신입사원 교육도 3일 받고 파견되었다.
또한,
애초에 이야기했던 200만원이 넘는 월급은
기본급 160 + 출장수당 30 + 식비 였다.(출장이 아닌 파견,, 3개월간 투룸에서 5~6명이 살았다.)
그래,
뭐 군대도 갔다왔고, 남자들 득실대는곳에서 군대처럼 지내는것도 괜찮았다.
일 힘든것도 젊어서 고생 사서도 한다고, 재밌었다.
이것까진 좋았다.
근데 이 아래부터는 참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팀장이 매일 아침 숙소에서 같이 나오면서 나에게 항상 이렇게 말을 했다.
"그만둘거면 빨리 그만둬.."
그분 이름이 너무 특이해서 아직도 기억이 난다. 잘 지내시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너무 안쓰러워 보였나보다. MFC 3일 배우고 현업 투입될정도로 일도 빠릿빠릿 잘 하고 말귀도 잘 알아듣는데,
자기처럼 된다는게 뭔가 안쓰러웠는지, 매일 아침 미안한 얼굴로 그만둘 수 있을때 (젊을때)그만두라는 말을 하셨다.
참고로 방진복+헬멧 때문인지 이쪽 과/차장님들은 탈모가 많았고,
밤낮이 없고, 디스플레이에 도포되는 화학물질 때문인지 아기가 생기지 않는 분들도 몇분 계셨다.
실제로 챔버(진공상태에서 기계들이 들어있고 디스플레이가 통과하는 공간)에 보면 위험화학물질 표시 스티커(해골그려진 진짜 위험한거)가 없는 챔버가 없었다.
이 팀장님이 두개 다 해당되셨다.
그리고 주변 내 또래 사원들도, 하나같이 일에 찌들어 동료애 같은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숙소로 들어오면 바로 잤다. 다들 내일채움공제때문에 발이 묶여있다고 했다.
가장 크게 작용한 것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 FA쪽 S/W 일을 하면, MFC라는 오래된 라이브러리 안에서 그냥 니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도토리 키재기만 할 뿐이였다.
또한 다른 업계로 이직도 힘들었다.
기술이라고 해봤자 낮은 수준의 영상처리가 끝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가정을 꾸릴텐데, 중국출장이라도 나간다면 출국 후 1년동안은 집에 올 수 없는 환경이었다.(중국, 베트남 등에 사원급들이 이미 많이 나가 있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구미에서 왔다갔다 하는 KTX안에서도, 일을 하면서도, 퇴근 후에 투룸에서도.
'이 업계는 일단 미래가 없다(윗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럼 난 뭘 해야하지?'
'이 경력이 어차피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지금 퇴사하는게 낫지 않을까?'
'아 내일채움공제 아까운데?'
'어떤 업계가 나한테 맞을까?'
'일단은 퇴사하는게 맞는 것 같다.'
..
..
..
그래서 난 4개월차에 퇴사를 했다.
퇴사를 말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월요일, 휴가를 하루 써서 토/일/월을 집에서 쉬다가 월요일 점심 쯤 파견지(구미)로 내려가기 전에 그만두라고 매일 종용하던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퇴사 의지를 밝혔다.
그분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 잘생각했다고 했다. 지금 구미 오지 말고 내일아침에 본사로 출근하라고 했다.
다음날 본사로 출근하니, 총괄팀장이자 사내이사가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런식으로 퇴사 통보하는게 어디있어?"
"여기가 학원이야?"
입사 3일 후 바로 파견을 나갔기 때문에, 그 이사를 본 날은 거의 열손가락 안에 꼽을정도이다.
근데 나를 얼마나 봤다고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지.
이후에도 몇마디가 오갔고, 고성을 들은 나도 좋은말이 나가진 않았던것 같다.
실제 파견 현장에서 직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는 이사람은 알까?
몇 분의 정적이 흐른 후에,
소리질렀던게 미안했는지 나에게 갑자기 뭐가 제일 힘들었냐고 물어봤다.
위에 적었던 것 그대로 다 얘기하진 않았다.
"그냥 저랑 잘 안맞는 일 같습니다."
"누가 잘 맞는 일만 하면서 사냐? 다들 이렇게 사는거야임마"
"그래도 그냥 퇴사 하겠습니다."
"알겠다 나가봐"
나와서 바로 옆방인 경영팀장이자 사내이사 사무실로 불려 들어갔다.
"자 너는 본인 스스로 나가는거기때문에 내일채움공제는 다른회사가서도 못해."
"여기 퇴직원 쓰고 싸인해 사유는 개인 사정으로 쓰고"
나에게 불리한 조건들이 몇개 보였지만 알겠다고 하고 고분고분 하라는대로 다 썼다.
사장실에 들러 사장님한테도 인사를 드렸다. 사장님은 좋은 분이셨다.
그리고 그 회사와는 끝을 냈다.
2017.1 ~ 2017.4 까지의 첫 직장 이야기였다.
이 회사에서 얻은 것
1. 경험(중소 FA업계 NO)
2. 약간의 돈
3. 뭐가 없다.
이 회사에서 잃은 것
1. 내일채움공제
2. 건강
3. 나의 소중한 4개월
ps. 같이 일했던, 이 회사의 갑 회사는...국내 대기업이다.(전자 회사)
해당 업체는 같은 회사 계열사(디스플레이 회사) 에게 수주를 받고 장비 셋업을 해주었다.
그런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도 이 전자회사가 장비 셋업을 해주었다.
우리한테는 "같은 회사 계열사(디스플레이 회사) 사람들에게는 비밀로 해라.." 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몇년 뒤 접한 기사에서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국내 기술력을 다 빼가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죽어나고 있다는 글을 접했다.
이게 대관절 맞는 일인지 궁금했다..
'Review > [취업 준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업 후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 성공한 후기 (중고신입) 3편 (35) | 2020.12.22 |
---|---|
[취업 후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직 성공한 후기 (중고신입) 2편 (0) | 2020.12.17 |
[취업 준비] 2020 하반기 현대엠엔소프트 3차 입사 도전기 (0) | 2020.11.11 |
[취업 준비] 2020 상반기 현대엠엔소프트 2차 입사 도전기 (0) | 2020.11.11 |
[취업 준비] 2019 하반기 현대엠엔소프트 1차 입사 도전기 (0) | 2020.11.11 |